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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인포그래픽의 조건] 02. 뽀로로와 인포그래픽

by Whitewhale_BM 2014. 1. 6.

2013년 7월, 비영리IT지원센터(www.npoit.kr)에 올렸던 글입니다.


글이 좀 깁니다. 이 블로그를 통해 이어지는 글들도 모쪼록 잘 봐주시기 바랍니다. 



< 글의 개요 >
  1. 뽀로로를 아시나요?
  2. 뽀로로와 인포그래픽의 공통점
  3. 공감에 실패한 인포그래픽
  4. 인포그래픽은 무엇으로 공감을 만들 수 있을까
  5. 인포그래픽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 Intro >

  첫 글 이후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지난 글에서는 [좋은 인포그래픽의 조건]에 대한 궁금증을 처음으로 제기하면서 표현의 방식이 내용의 전달을 어떻게 돕는지에 대해서 살짝 알아봤습니다. 첫 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응원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좋은 글을 쓰도록 더 노력해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게 됐네요.


  이번 글에서는 좋은 인포그래픽의 조건에 대한 본질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좋은 인포그래픽을 만들기 위해 뽀로로에서 찾은 힌트를 정리하고 이해하는 것이 오늘 글의 주된 내용입니다. 비영리IT지원센터에서는 이런 내용들을 통해 비영리조직이 좋은 인포그래픽을 만들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꾸준히 제공하려고 합니다.


  인포그래픽에 대한 개념적인 이해에서부터 만드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알짜 정보를 드리려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Winking


1. 뽀로로를 아시나요?

pororo_main_title
<뽀롱뽀롱 뽀로로 메인 타이틀 이미지>

 

  <뽀롱뽀롱 뽀로로>라는 만화를 아시나요? 이 만화의 주인공 뽀로로는 뽀통령이라 불릴 만큼 꼬마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꽤 있죠. 이미 몇 년 전부터 수많은 뉴스 미디어가 주목할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2013년 상반기 국내 검색어 1위를 기록했다고 구글코리아가 직접 발표를 할 정도니 대단하다는 말만 나오는군요.

  오늘 글을 여는 영상은 뽀로로 애니메이션의 원작자, 뽀로로의 아버지라 불리는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의 인터뷰 영상입니다. 좋은 인포그래픽의 조건을 찾는 오늘의 이야기는 이 영상에서 출발했습니다. 대체 인포그래픽과 무슨 관련이 있을지 생각해보면서 한 번 보실까요?


< 최종일 (주)아이코닉스 대표 인터뷰 영상 >

 

  펭귄이 갖고 있는 아이덴티티는 새지만 못 날잖아요. 그게 걸음마 배우는 아이처럼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굉장히 귀엽고… 전 세계적으로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문화, 매너, 정서 등을 담아내자는 이야기를 했어요… 여러 지역에서 공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던 것이 해외수출에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by 최종일)

  많은 사람들과 언론들이 뽀로로의 성공에 주목하면서 그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를 분석했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가 됐지만, 시도할 당시에는 그 단순한 비결을 선뜻 생각해내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 캐릭터를 선정한 점, 유아가 집중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인 5분대로 애니메이션을 만든 점, 아이들과 같은 체형인 3등신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듯한 느낌이 들게 한 점이 적중한 것 같아요”(by 아이코닉스, 한겨레21 기획기사 중)

  수많은 유아 애니메이션 중 유독 뽀로로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유아의 눈높이를 고려해서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가 됐지만, 뽀로로가 처음 나올 당시에는 이런 생각을 선뜻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뽀로로의 인기는 단순한 성공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뽀로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제작자의 바람이 이뤄졌기 때문이죠. 공감이 중요하다는 말을 피부로 느끼게 되는 지점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실이 인포그래픽과 무슨 관련성이 있을까요?

 


2. 뽀로로와 인포그래픽의 공통점

  뽀로로와 마찬가지로 인포그래픽도 공감이 중요합니다. 둘 다 보는 이에게 무언가를 전달되기 위한 목적을 가진 콘텐츠이기 때문이죠. 인포그래픽과 마찬가지로 뽀로로는 그림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표현합니다. 물론, 유아용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과 방식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뽀로로가 만드는 공감의 요소들을 찾고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공감되는 인포그래픽을 만드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보여드릴 두 가지 자료를 통해 이에 대한 이야기를 확장해보겠습니다.


  매년 여름이 되면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식중독을 예방하는 캠페인을 합니다. 식중독은 매년 여름철 뉴스의 머리기사가 될 정도로 빈번하게 발생하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정보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food_poisoning_prevention_campaign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이시죠? 곳곳의 식당에서 자주 만났던 인포그래픽입니다. 이것이 좋은 인포그래픽인지는 뒤에 차근차근 이야기하도록 하고요, 지금부터는 이 정보를 어린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전달해야 하는지를 잠시 고민해보겠습니다. 뽀롱뽀롱 뽀로로의 캐릭터들이 정보를 전달할 때 어떤 식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지 볼까요?

 
< 뽀로로 식중독 예방 영상 >


  저는 어린아이가 아닌데도 공감이 되는군요. 아이들이 보면 식중독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하다고 느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식중독에 관해 두 자료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전달하는 방법에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뽀로로 영상은 어떤 식으로 공감을 만들었을까요?


1. 문제가 발생하기 전 배경 상황을 보여주다.


  뽀롱뽀롱 뽀로로의 배경이 되는 눈이 내리는 마을은 아이들에게 친근한 배경입니다. 또한 익지 않은 음식을 몰래 먹게 되는 장면도 아이들에게 있을 법한 맥락입니다. 이런 설정들이 공감대를 만듭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이야기에 몰입하면서 식중독이 발생하는 요인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됩니다. 게다가, 그냥 먹은 것이 아니라 ‘몰래 먹었다’라는 상황도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는 아이들이 음식을 먹기 전에 보호자의 확인을 먼저 받아야 함을 우회적으로 알려줍니다.


2.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을 보여주다.


  식중독이 발생해서 아파하는 장면인데요.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이유는 경각심을 갖게 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식중독 균을 공격하는 대상으로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인데요. 아이들 눈높이에서 상황의 심각성이 잘 전달될수록 이어지는 내용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겠죠. 어린 아이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캐릭터가 아파하는 장면을 보며 감정이입을 하기 때문입니다. 내 일처럼 느껴질수록 관심이 가는 것과 같은 이치겠죠?


3. 문제를 어떤 식으로 예방해야 할 지 보여주다


  이 영상의 주제입니다. 식중독이 자주 발생하는 육류와 어류를 예로 보여주면서 ‘잘 익혀먹으라’는 명확한 내용을 전달합니다. 물론 어른 입장에서 보면 단순한데요. 어린 아이에게는 구체적인 정보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식중독을 예방하는 방법의 핵심은 잘 전달된 것 같습니다.


4. 중요한 내용을 반복하고 정리하다.


  이 영상에서는 비슷한 내용을 3번이나 반복합니다. 주의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배려해서 그런 것일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반복 회수는 내용의 중요도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만큼 강조할 수 있고 기억에 각인되는 효과가 있는 것이죠. 3번의 같은 내용을 서로 다른 그림으로 보여주면서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것도 주목해서 봐야 할 대목입니다. 이런 이야기의 흐름을 마지막에 정리해준 것도 인상 깊습니다.

 
***
 

  사람마다 영상을 보는 눈이 다를 수 있지만, 분명한 점은 공감을 고려한 요소들이 영상에 들어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여러 요소들이 식중독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 냅니다. 이런 식의 공감을 얻는 콘텐츠가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뽀로로 영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감의 원리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누가 봐야 할 지 명확하게 드러나있다.

      - 유아들이 보기에 적합하다.

    2. 정보를 전달하게 된 배경과 맥락이 분명하다.

      - (아이들이 좋아하는) 뽀로로가 사는 마을에서 일어난(혹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3. 제공되는 정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전달한다.

      - (식중독은) 위험하다.

    4. 제공되는 정보가 왜 필요한지 알리고 방법을 설명한다.

      - (식중독에 걸리면) 아프기 때문에 (~한 방법을 통해) 예방해야 한다.

  정리해놓고 보니 의외로 단출합니다. 이것이 공감을 만들 수 있는 모든 요소는 아니겠지만 공감을 만들기 위해 적어도 이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것은 인포그래픽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제게는 수많은 정보를 정리해서 한 눈에 파악되도록 돕는 과정에서 고려할 공감의 요소들이 뽀로로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느껴집니다. 상대방의 공감을 얻은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의 전달력은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이 지점에서 오해가 없길 바랍니다. 개인적 감정인 공감의 여부가 좋은 인포그래픽을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닙니다. 또 공감을 얻지 못했다고 좋지 않은 인포그래픽이라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이 글의 의도는 좋은 인포그래픽을 만들기 위해 어떤 조건을 고려해야 할 지 찾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이야기에서는 공감을 얻는 인포그래픽이 그렇지 않은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 지를 파악하는 부분으로 이어집니다. 기왕이면 더 나은 방식을 찾아야겠죠.

 


3. 공감에 실패한 인포그래픽

  앞선 자료에 이어서 인포그래픽 하나를 더 보겠습니다. 이 역시 식중독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 드렸던 내용을 생각하시면서 한 번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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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중독 예방 인포그래픽 by 보건복지부>

 

  잘 보셨는지요? 


  앞선 자료에서는 보지 못했던 정보들이 들어가 있죠. 그래서인지 보다 유용해 보이긴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는 좋은 인포그래픽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인포그래픽은 공감에는 실패한 지점을 여럿 갖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1) 누가 봐야 할 지 명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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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포그래픽은 시작 부분에서 ‘대다수 국민들이 식중독 단계별 위기대응 체계를 이해하고 신속히 조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대상과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에는 모순이 있습니다. ‘대다수 국민’이라면 남녀노소 모두를 지칭하는 말인데, 이는 특정한 대상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게다가 이런 대상을 위한 내용이라면 쉽고 단순해야 하는데, ‘식중독 단계별 위기대응 체계’는 이와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2) 정보를 전달하게 된 배경과 맥락이 명확하지 않다.


 이 인포그래픽은 서두에서 정보에 대한 배경과 맥락을 밝히고 있습니다. ‘무더운 날씨로 인해 식중독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배경을 말하면서, ‘대다수 국민이 여름철 식중독 경고 발령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자료를 만들게 됐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역시 논리적으로 맞지 않은 말입니다.


  각각의 말이 사실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높은 식중독 발생 가능성’과 ‘식중독 경고 발령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식중독 경고 발령의 심각성을 모르면 식중독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의미는 아닐 겁니다. 이런 논리적 결함은 공감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이해도 잘 되지 않습니다.



3) 제공되는 정보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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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쯤 되면 논리적 결함이 만드는 비공감의 간격이 많이 벌어진 듯합니다. ‘식중독 사고 위기대응 체계’라는 독립된 항목으로서는 이해가 되지만, 이게 인포그래픽 전체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나름의 배경지식을 통해 몇 가지 의미를 추측해볼 수는 있는데요. 하지만 분명한 의미가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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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항목을 한 눈에 보니 이런 문제가 더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인포그래픽은 크게 4가지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각각의 정보 사이에 논리적 흐름이 없습니다. 즉, 각 단락이 독립적으로 구성되었다는 말이죠. 이럴 경우 각 정보가 의미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운전면허 취득하는 방법'에 대한 인포그래픽을 만들기 위해 4개의 단락으로 구성한다고 하면 이런 식이 될 것입니다.

  1. 운전면허 취득의 과정과 의미
  2. 적성검사와 학과시험에 통과하세요
  3. 기능시험을 보세요
  4. 도로주행시험을 통과하면 면허는 당신의 것!

 

  그런데 이 단락들을 이런 식으로 구성하면 어떻게 될까요?

  1. 운전면허 시험 취득 체계
  2. 통계로 본 면허 취득 현황
  3. 면허시험을 볼 때 중요한 점은?
  4. 면허시험에 통과하기 위한 5가지 비법


 첫 번째 보여드린 표에는 전체적인 흐름이 있기에, 각 단락에 있는 정보가 의미 있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는 그렇지 않습니다. 4가지로 나눠서 제공된 정보가 어떤 의미인지를 파악하려면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의미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이지요. 위에서 보여드린 인포그픽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두에서 발견된 논리적 결함만 더 두드러질 뿐입니다.


  각 단락의 정보들은 그림을 이용해 나름대로 잘 구성됐지만, 각 정보가 하나로 연결되지 않거나 전체적인 흐름과 상관이 없는 내용이라면, 없어도 그만인 정보가 아닐까요. 실제로 네 단락 중 하나를 없앤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상하지 않다는 사실이 바로 문제인 것이죠.



4) 제공되는 정보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고 방법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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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없이 나열된 정보는 ‘과연 이게 내게 필요한 정보인가’라는 의문을 자연스럽게 갖게 합니다. 독자 입장에서 '없어도 그만'인 정보를 계속 볼 이유가 없겠죠. 그 단적인 예가 세 번째 단락에 있습니다.


  치료법에 관한 내용이라고 쓰여있지만 결국 결론은 ‘병원에 가서 의사의 진찰을 받아라’입니다. 방법으로 알려준 내용이 특별하지 않은 것은 여기서 고려하지 않고 보겠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치료법이 독자에게 왜 필요한지는 의문으로 남습니다. 그 이유는 병원으로 반드시 가야 하는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금식을 하지 않으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나, ‘구토와 설사가 계속될 경우 생길 수 있는 위험’과 같은 내용을 근거로 내세웠다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병원으로 가세요’라는 치료법이 타당하게 보였을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필요성을 보여주지 못한 정보들은 그저 하나의 방법에 지나지 않습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유가 없으니 금방 잊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


  이런 식으로 공감에 실패한 인포그래픽들의 전달력은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인포그래픽들이 공감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몇 가지 질문을 통해 함께 생각해볼까요?

 

지금까지 봤던 인포그래픽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없으시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고, 있으시다면 질문을 하나 더 해보겠습니다.

 

기억에 남는 그 인포그래픽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무엇이었나요?

  질문이 이쯤 되니 제 안에서는 막막한 기분이 차오릅니다. 그 동안 수많은 인포그래픽을 봤지만 인포그래픽의 내용이 선뜻 떠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거기서 봤던 글과 숫자들이 무슨 의미였는지도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저 그림만 아른거릴 뿐이네요.

 

 
what-is-this-infographic-mean


  문제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여기서 발견한 이 사실은 독자가 인포그래픽과 공감에 실패한 것을 보여줍니다. 혹시나 독자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일까요? 그림의 취향이 독특하다거나, 난독증이 있다거나, 숫자에 약하다든지.. 등의 문제가 있어서 말이죠. (물론 글 쓰는 제가 그렇다는 말은 아닙니다) 혹은, 일부의 사실을 전체로 착각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의 분석이 일부에 국한된 것이니 다행인 일입니다.


  그런데 설령 그런 특수한 상황을 가정한다 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습니다. 어떤 상황이든지 보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고 만든 인포그래픽이라면 공감에 실패한다는 것입니다. 공감을 만들지 못한 인포그래픽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좋은 인포그래픽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인포그래픽은 어떻게 공감을 만들 수 있을까요?



4. 인포그래픽은 무엇으로 공감을 만들 수 있을까

  인포그래픽에서 공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공감을 만드는 지부터 파악해야겠죠. 인포그래픽을 구성하는 가장 큰 요소는 어원에서 볼 수 있듯이 정보(Information)와 그림(Graphic)입니다. 그래서 인포그래픽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이 정보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방법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인포그래픽을 만드려고 하는 비영리단체의 많은 분들의 고민도 바로 이 지점에 있는데요. ‘어떤 그림으로 표현하느냐’ 따라 공감이 될 수도 있고, 공감이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그림이 아니라 정보입니다. 우리가 인포그래픽을 처음 봤을 때 느끼는 명료함, 간결함, 독특함 등의 감각도 공감의 중요한 요소이긴 합니다. 하지만 인포그래픽이 이런 감각을 느끼는 데서 멈춘다면 안 되겠죠. 제 주장이 무슨 의미인지를 부연 설명하기 위해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한 번 보실까요?

 

 

josammosa_raw01 josammosa_raw02

 

  한 때 인터넷에 여러 차례 패러디 되어 유명했던 조삼모사 그림입니다. 많이들 보셨죠? 보통은 말풍선이 채워진 것을 보셨을 텐데요. 일부러 패러디의 원형이 된 그림을 가져왔습니다. 제가 네 가지 그림을 함께 보여드린 의도가 짐작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그림들의 목적은 명백합니다. 반전되는 대사를 통해 원숭이(라고 여겨지는 대상)를 풍자하는 것이죠. 이 그림에서 공감을 만드는 요소는 그림(Graphic)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칼라인지 흑백인지, 디자인적인 요소가 있는지에 따라서 공감의 정도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제 말풍선에 대사를 채워볼까요? '(그림보다) 정보가 공감에 더 중요한 요소다'라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 같은 그림을 기준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josammosa_example01 josammosa_example02

 

  어떠세요, 공감되는 그림이 있으셨나요? 분명히 그림만 있을 때는 무슨 뜻인지 모호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 ‘대사’라는 정보를 추가하니 그림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명확해졌습니다.


  인포그래픽도 그림을 통해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점에서 이 만화와 마찬가지입니다. 인포그래픽은 예술이 아닙니다. 즉, 공감되는 좋은 인포그래픽을 만들고자 한다면 그림(Graphic)만 고려해서는 안됩니다. 그림의 의미인 정보(Information)가 어떤 가치를 가졌는지 설명해야 하는 것이죠.


이 발견은 우리가 정보의 가치에 대해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꾸미는 방식만을 고민해선 좋은 인포그래픽이 될 수 없습니다. 보는 이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정보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
 

  이런 발견은 DIKW Hierarchy(Data-Information-Knowledge-Wisdom)라고 불리는 정보의 진화단계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다음 그림은 제가 재구성한 것입니다

 

information_growing_new
< 정보의 진화단계 by yonggi lee >
< 정보 출처 : DIKW Hierarchy of Systems Thinking by Gene Bellinger, Durval Castro, Anthony Mills >
< 그림 출처 : ekdms0706님의 블로그 >
 

  아시다시피 사실과 데이터는 그 자체로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준을 갖고 분류(하는 등의 가공을)하여 정보를 만듭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부족합니다. 정보를 요약(하는 등의 가공을)하여 자신만의 노하우, 즉 메시지를 만듭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훌륭하죠. 이마저도 하지 못한 정보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한 발 더 나아가야 합니다. 이 그림을 토대로, 지금까지 봤던 인포그래픽 중에 제대로 기억 나는 것이 없는 이유를 두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인포그래픽에 분명한 메시지가 없었거나, 메시지가 독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구현하지 못한 것이죠. 잘 구현된 지식의 원리는 독자를 자연스럽게 설득합니다. 인포그래픽도 마찬가지겠죠?


  인포그래픽이 지식의 의미를 잘 구현한다면 독자를 설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인포그래픽이 되려면 독자를 설득할 수 있도록 정보의 가치를 잘 구현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만든 이도 모르는 정보의 가치를 보는 사람들이 알 리 만무합니다. 그리고 정보가 상대방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찾는 것은 당연히 인포그래픽을 만드는 사람의 몫입니다.

 


5. 인포그래픽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결론입니다. 여기 세 명의 사람이 있습니다.


    • 군대에서 먹었던 라면의 맛을 여자친구에게 알려주고 싶은 남자
    • 10연타석 안타를 때려낸 야구선수의 위대함을 어머니에게 설득하려는 아들
    • 매번 보는 드라마지만 눈을 뗄 수 없는 그 매력을 남편에게 말해야 하는 아내

 

  이들이 상대방을 설득할 때 인포그래픽을 활용한다면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할까요?


  이 글을 잘 이해하신 분이라면 이들이 멋진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상대방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보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아셨을 것입니다. 이 세 사람은 정보가 각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해야 하겠죠. 자신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의 가치가 클수록 그들은 더 열심히 전달할 것이고, 운이 좋으면 목표하던 바를 이룰 수 있을 텐데요. 좋은 인포그래픽의 목표도 이들이 이루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럴싸한 제목으로 이 글을 시작했지만 결국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은 단순합니다. 좋은 인포그래픽을 만들기 위해 어떤 대상에게 어떤 공감을 유발시킬 것인지, 생각(계획, 전략)을 하자’는 것이 글의 요지입니다. 이것은 인포그래픽 속에 담긴 커뮤니케이션의 원리에 대해서 더 많이 고민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이런 과정을 앞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디자인하다’라고 말하고 싶은데요. 이번 글에서는 논리에 방점을 두고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의 필요성을 알아봤습니다.


  저는 이런 고민들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많은 분들과 이런 생각을 나눌 수 있길 희망합니다. 혹 누군가가 이런 생각을 시작했다면 콜럼버스의 달걀을 깼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앞으로 이어질 글에서는 인포그래픽을 통해 공감을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Outro >

  때때로 외국어를 하나도 몰라도 이해되는 인포그래픽을 만날 때면 예술에서 느낄 법한 희열을 느낍니다. 그림으로 표현된 정보를 통해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메시지의 소통을 이룰 수 있을까 궁금하기까지 합니다. 저는 이제 막 두 걸음을 내디뎠을 뿐이죠. 갈 길이 멀지만 이 글을 통해 비영리조직에 계신 분들을 포함한 여러 분들이 인포그래픽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꾸준히 탐구해보겠습니다.


  응원, 질책, 문의, 제안 등 어떤 내용의 댓글도 좋습니다. 댓글이 제게 큰 힘이 됩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것에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더 좋은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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